택시기사는 약도를 보여주겠다는데도 한사코 필요없다면서 자신있게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웬걸 택시가 도착한 곳은 교육사령부 정문이 아니라 군수사령부 정문이었다. 그때부터 택시는 헤매기 시작했다. 묻고 물어 겨우 교육사령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행사 시작 시간을 15분 정도 넘기고 있었다.

■전력화를 위한 로봇형 무인항공기 전투실험
2008년 12월 26일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소형 무인항공기의 전투실험이 실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교육사령부를 찾았다. 교육사령부 전력발전부에서 미리 보내온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번 전투실험은 두 가지 측면에서 소중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는 무인기의 동력원으로서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차세대 연료로 각광받는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무인항공기들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환경문제, 체공시간 부족 등 여러 문제점들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두 번째 의의는, 물론 수소연료전지를 구동용으로 사용한 덕분이겠지만 소형 무인항공기로서는 세계 최장 체공 및 작전시간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교육사령부 회의실을 부랴부랴 찾았는데 이미 프레젠테이션은 시작되어 있었다. 마침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한 카이스트 권세진 박사가 기존의 무인항공기 시스템의 구동용 동력장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었다. 기존의 내연기관을 이용하면 진동 및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고 낮은 열효율로 전술적 운용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이용해도 낮은 에너지 밀도로 인해 임무 운용 시간이 짧고 작전 반경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무인항공기에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경우 높은 효율과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으며 더불어 정숙성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미국 국방성은 군용 장비의 미래 동력원으로서 연료전지를 염두에 두고 개발해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늘을 나는 저 솔개처럼

이원승 장군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참관인들은 전투실험을 하기로 한 적오산 일대로 이동했다. 오늘의 주인공이 비행을 하기 전에 먼저 기존에 개발된 무인항공기의 시범비행이 있었다. 충남대 이기성 박사 팀이 개발한 무인항공기가 일차로 하늘을 박차고 올랐다. 작년에 독도까지 왕복 비행을 했던 항공기와 같은 제원과 구동원리를 지녔다. 이 박사 팀의 항공기는 멋진 시범비행을 마치고는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어서 영상 송수신 장비를 갖춘 솔개 형상의 무인항공기가 떠올랐다. 마이크로에어로봇사에서 개발한 초소형 무인항공기이다. 마이크로에어로봇사 황희철 대표를 비롯해 관련 참관인들과 한창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치면서 “저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야지!”라고 한다. 급히 돌아보니 오늘 행사를 주관한 교육사령부 이원승 장군이다.

이 장군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니, 하늘에서 두 마리 솔개가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 한 마리는 진짜 생물체인 솔개이고 또 다른 비행체는 솔개를 닮은 무인항공기인 것을. 급히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보지만 아쉽게도 장관의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이 장군이 기자의 기민하지 못함을 나무란다.

■친환경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전투실험이 시작되었다. 충남대 이 박사 팀에 의해 개발된 비행체에 카이스트 권 박사 팀의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된 항공기이다.

이번에 교육사령부 이 장군 주도하에 개발한 항공기는 동력부까지 합한 총 무게가 2kg으로 이 무게에 해당하는 기존의 국내 소형 무인기는 동력 제한으로 인해 임무수행 시간이 30분 내지 1시간에 그쳤다는 것이 이 장군의 설명이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미군의 레이븐2(Raven-2) 또한 작전 지속시간이 1시간 30분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이번에 교육사령부 전력발전부에서 선보이는 무인항공기는 체공시간 3시간 이상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만약 이 계획이 달성된다면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세계 최장 비행의 기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교육사령부 전력발전부는 미래 향토사단 부대 전투실험간 소부대급 소형 무인항공기 및 지상로봇을 실험한 결과 중대급 이하 제대에서도 주야간 근접전투시 적 위치 확인에서부터 적 장애물과 화생방 오염지역 위치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의 로봇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에 이 장군은 효과적인 작전과 임무수행을 위한 군사용 로봇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국내 산-학-연 기술 자료를 수집하고 확인했다.

교육사령부 전력발전부는 이런 국내 보유 기술을 결합할 경우 군 작전환경에 적합한 군사용 로봇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완성된 기술을 민간에 되돌려주어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민간의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군에서 먼저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군은 “다만 국방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철저한 확인과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민간 기술의 군 활용, 또는 군 기술의 민간 이전
영하의 날씨와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소형 무인항공기는 창공을 가르고 있었다. 전투실험 중간에 이 장군이 보여줄 게 있다면서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갔다.

컴퓨터 모니터를 켜고 파워포인트 파일을 열어 보이는데 눈앞에 펼쳐진 자료는 실로 방대한 것이었다. 전 세계의 군사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와 현재의 진행 상황이 담겨져 있고 군사용 로봇뿐만 아니라 민수용 로봇의 기술 개발 현황도 모두 담겨 있었다. 한 마디로 오늘 현재 지구상에서 개발되고 있는 모든 로봇에 대한 정보가 담긴 보고였다.

“어느 나라 어느 연구소 혹은 어느 기업에서 어떤 로봇이 개발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요소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요소기술끼리 결합하여 완성된 기술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물론 이렇게 완성된 기술은 우리 군에 적합한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는 데에도 활용되겠지만 민간에 이전하면 우리나라 신성장 동력산업인 로봇산업과 녹색성장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이 장군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우리 군에도 이토록 전문가적 혜안을 가진 로봇 전문가가 있다니!’ 하고 감탄했다. 이 장군의 사무실 창을 통해 바라보니 전투실험장 상공에서는 아직도 무인항공기가 한 마리 솔개와도 같은 늠름한 자태로 창공을 가르고 있었다.

이날 전투실험결과 이번에 선보인 무인항공기는 체공시간 1시간 32분을 기록함으로써 전 세계 2kg급 소형무인기들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하여 세계 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육군교육사령부는 이번 실험으로 만족하지 않고 2차 실험을 통해 주간과 야간 감시정찰과 체공시간을 3시간 이상 증대시키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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